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루카(Lucca)는 대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조용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 중세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완벽하게 보존된 성벽,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광장, 그리고 붉은 지붕 위로 시야가 트이는 전망 타워까지, 루카는 ‘걷는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로 평가받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동선과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하루 또는 이틀 일정으로도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하며, 토스카나의 진짜 일상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입니다.
루카 도시성벽길

루카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도시 전체를 한 바퀴 감싸고 있는 도시성벽길(Mura di Lucca)입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완성된 이 성벽은 방어 목적이 아닌 도시 보호와 위엄을 위해 설계된 구조물로, 오늘날까지도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총 길이 약 4km에 달하는 성벽 위는 현재 넓은 산책로이자 자전거 도로로 조성되어 있으며, 자동차가 다니지 않아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벽 위를 걷다 보면 한쪽으로는 루카의 붉은 지붕과 교회 첨탑이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나무가 우거진 공원과 주거 지역이 이어져 도시의 안과 밖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시간대에는 조깅을 하는 현지인,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가족, 벤치에서 신문을 읽는 노년층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루카의 일상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성벽길을 따라 플라타너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햇볕이 강한 날에도 걷기 편안하며, 가을에는 낙엽이 깔려 한층 더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성벽에는 중간중간 계단과 진입로가 있어 구시가지로 쉽게 내려갈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통해 성벽의 역사와 구조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성벽길은 단순한 산책 코스를 넘어, 루카라는 도시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며, 루카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맡아도 부족함이 없는 명소입니다.
안피테아트로광장
루카 구시가지의 중심에는 독특한 타원형 구조의 안피테아트로광장(Piazza dell’Anfiteatro)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광장은 기원후 2세기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 터 위에 형성된 공간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장은 사라졌지만 그 형태는 그대로 유지된 채 주거지와 상점, 카페가 들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완벽한 타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광장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 도로와는 단절된 아늑하고 독립적인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모두 경기장의 외벽 구조를 따라 지어져 있어 독특한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노란색과 주황색 계열의 파사드가 햇빛을 받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광장 내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소규모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어 식사나 휴식을 취하기에 좋고, 거리 음악가들의 연주가 더해지면 공간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저녁 무렵에는 조명이 켜지며 낮과는 전혀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하고, 광장 중앙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안피테아트로광장은 루카가 로마 도시였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자, 고대 유적이 현대의 일상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명소가 아니라, 잠시 머물며 도시의 흐름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입니다.
타워전망대
루카의 전경을 가장 인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바로 타워전망대, 특히 구이니지 타워(Torre Guinigi)입니다. 이 타워는 14세기에 건설된 중세 귀족 가문의 탑으로, 꼭대기에 참나무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약 230개의 계단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지만, 정상에 오르는 순간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받게 됩니다. 전망대에서는 루카의 붉은 지붕들이 질서 있게 이어진 풍경과, 멀리 토스카나 평야와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성벽의 원형 구조와 도시의 컴팩트한 규모가 한눈에 파악되어, 루카라는 도시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타워 정상의 작은 정원은 마치 하늘 위의 공원처럼 느껴지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함께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이 전망대는 단순한 조망 포인트를 넘어, 중세 도시에서 탑이 갖던 상징성과 권력의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각 가문이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탑을 높이 세웠고, 루카에는 한때 수십 개의 탑이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중 오늘날까지 남아 가장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 타워입니다. 해질 무렵 방문하면 석양에 물든 도시와 성벽, 그리고 교회 종소리가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루카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결론
루카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와는 달리, 천천히 걷고 바라보며 머무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도시입니다. 도시성벽길에서의 여유로운 산책, 안피테아트로광장에서의 역사와 일상의 공존, 타워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토스카나의 풍경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조화로운 여행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이탈리아 여행을 원한다면, 루카는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