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에 위치한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단지 문학적 상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풍부한 역사와 예술, 건축 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중세,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스며 있으며, 걷는 내내 문화의 층위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베로나 여행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그중에서도 ‘스칼리제레다리’, ‘아레나극장’, ‘에르베광장’은 각각 베로나의 방어 역사, 공연 예술, 일상적 활기를 대표하는 장소로,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을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엮어주는 핵심적인 명소들입니다.
베로나 스칼리제레다리

스칼리제레다리(Ponte Scaligero)는 베로나를 가로지르는 아디제 강 위에 놓인 고딕 양식의 석조 다리로, 중세 시기 베로나를 통치했던 스칼리제레(Skaligeri) 가문에 의해 14세기 중반 건설되었습니다. 붉은 벽돌과 흰색 석재를 교차 사용한 이 다리는 강력한 방어 기능과 동시에 아름다운 미적 균형을 자랑하며, 카스텔베키오(Castelvecchio) 성채와 직결된 구조로 전략적 위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유의 높이 솟은 성벽과 톱니 모양의 바리케이드는 적의 접근을 방어하기 위한 전형적인 중세 요새 양식을 보여주며, 오늘날에는 당시 군사적 필요성과 건축 기술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1950년대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고, 현재는 베로나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이자 사진 명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몰 무렵, 강 위에 비치는 햇살과 스칼리제레다리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베로나가 품고 있는 중세적 낭만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다리 중앙에 서서 아디제 강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 전경을 바라보면, 베로나가 단지 ‘로맨틱한 도시’ 그 이상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건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도시의 방어사와 정치사를 함께 아우르는 이 다리는, 베로나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중 하나입니다.
아레나극장
베로나 아레나(Arena di Verona)는 도시 중심에 위치한 고대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으로, 콜로세움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고대 유적입니다. 기원후 1세기경 건설된 이 극장은 당시 검투사 경기와 대규모 오락 행사를 위해 사용되었으며, 오늘날에도 현역으로 사용되는 드문 고대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외부는 원래 삼중 아치 구조였으나, 일부는 지진과 전쟁으로 훼손되었고, 현재는 내부 구조와 주요 관람석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약 3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와 뛰어난 음향 설계는 고대 로마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재 아레나극장은 매년 여름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주 무대로 활용되며,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집니다. 이 축제는 도시 전체를 예술로 물들이는 이벤트로, 고대 유적과 현대 예술이 만나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낮에는 유적 탐방 장소로, 밤에는 예술의 전당으로 변화하는 아레나는 베로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살아있는 문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극장 내부에 들어서면 석재 관람석에서 바라보는 무대와 하늘이 맞닿는 시야가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하며, 그 자체로 시간을 초월한 경험이 됩니다. 아레나극장은 단지 건축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베로나를 방문했다면 반드시 체험해야 할 핵심 명소입니다.
에르베광장
에르베광장(Piazza delle Erbe)은 베로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도시의 생활 중심지입니다. '에르베'는 ‘허브’를 뜻하며, 과거에는 향신료와 식료품, 약초 등이 거래되던 시장이 열리던 장소로서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장 한복판에는 마돈나 베로나(Madonna Verona)라 불리는 고대 분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로마 시대의 조각상을 활용해 14세기에 재구성한 것으로, 도시의 수호 여신으로 여겨집니다. 광장 주변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각 건물에는 독특한 프레스코화나 문장이 남아 있어 건축적 감상을 더해줍니다. 특히 토레 데이 람베르티(Torre dei Lamberti)라는 종탑은 광장의 가장 높은 구조물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꼭대기에 올라가면 베로나 시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펼쳐집니다. 광장 주변에는 노천 카페, 젤라또 가게, 기념품 숍이 가득해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며,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낮에는 시장과 쇼핑, 밤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광장에서의 산책이 여행의 낭만을 배가시켜 줍니다. 또한 계절마다 열리는 문화 행사나 마켓도 다양해, 베로나의 생동감과 생활 리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에르베광장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일상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도시의 중심지로, 베로나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결론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깊이 있는 역사와 건축,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스칼리제레다리에서 중세의 방어 정신을, 아레나극장에서 고대 로마의 예술적 유산을, 에르베광장에서 일상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장소는 서로 다른 시대와 감각을 대표하며, 이들을 따라 걷는 여정은 베로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여행이 됩니다. 이탈리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싶다면, 베로나는 반드시 들러야 할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