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 위치한 베르가모(Bergamo)는 ‘시타 알타(Città Alta, 상부 도시)’와 ‘시타 바사(Città Bassa, 하부 도시)’로 나뉜 독특한 구조를 가진 도시로, 중세의 흔적과 르네상스 예술, 그리고 고요한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여행지입니다. 베르가모는 화려한 대도시보다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로, 건축, 예술, 역사적 가치 모두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여행을 선사합니다. 특히 ‘콜레오니예배당’, ‘베키아광장’, ‘시타알타성벽’은 베르가모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핵심 장소로,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세 유럽의 시간을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베르가모 콜레오니예배당
콜레오니예배당(Cappella Colleoni)은 베르가모 시타 알타의 중심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옆에 자리한 독립된 예배당으로, 이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르네상스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15세기 중반, 밀라노 공국의 장군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Bartolomeo Colleoni)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무덤과 기념 공간으로 세워졌으며, 외관에서부터 압도적인 예술성을 자랑합니다. 분홍, 흰색, 흑색 대리석을 정교하게 조합한 파사드는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조각과 부조, 꽃무늬 장식이 풍부하게 새겨져 있어 르네상스 시대 장인들의 솜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콜레오니 장군의 대리석 석관이 중앙에 놓여 있으며, 그의 딸 메디아의 무덤도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측면 제단 장식은 조화로우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특히 조각가 조반니 안토니오 아마데오(Giovanni Antonio Amadeo)의 작품으로 알려진 정문과 부조들은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예배당은 단순한 무덤 공간이 아닌, 예술적 감동을 전하는 미술관과도 같은 장소로서, 베르가모 예술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관광객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르네상스 건축의 진가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습니다. 콜레오니예배당은 베르가모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이며, 도시의 역사, 종교, 예술이 만나 만들어낸 시간의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키아광장

시타 알타의 중심에 위치한 ‘베키아광장(Piazza Vecchia)’은 베르가모의 정치적·문화적 중심지로 오랜 세월 동안 시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축적되어 온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 광장은 중세부터 행정과 사법의 중심 역할을 하였으며, 지금도 주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함께 과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광장 한복판에는 고풍스러운 분수가 놓여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팔라초 델라 라조네(Palazzo della Ragione, 중세 시청사), 시민 도서관인 팔라초 누오보(Palazzo Nuovo), 그리고 예술과 종교를 잇는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광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건물들의 파사드는 르네상스와 고딕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석조 아치와 벽면의 장식, 그리고 오래된 시계탑이 독특한 중세 도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킵니다. 이 광장은 베르가모 시민들의 삶이 흘러가는 일상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전에는 책이나 커피를 들고 나와 앉아 있는 주민들, 오후에는 관광객들로 붐비며 활기를 띠는 풍경이 이어지고, 저녁이 되면 거리 연주가들의 음악과 함께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계절마다 열리는 문화 행사나 야외 공연, 예술 전시 등도 자주 열려, 베르가모의 문화적 생명력이 가장 활발하게 표현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광장에 면한 카페나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도시의 흐름을 바라보는 경험은, 베르가모 여행의 여운을 가장 깊이 남기게 해주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베키아광장은 단순한 만남의 장소를 넘어, 도시 전체의 역사와 감성이 녹아든 상징적인 중심지입니다.
시타알타성벽
시타 알타(Città Alta)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에 건설된 방어시설로, 베르가모의 과거 군사적 중요성과 도시 보존의 탁월함을 상징하는 대표 유산입니다. ‘무라 베네체네(Mura Veneziane)’로 불리는 이 성벽은 약 6km에 달하며,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합니다. 성벽은 도시의 경계를 따라 이어져 있으며, 주요 관문인 산자코모 문(Porta San Giacomo), 산토알레시오 문, 산아고스티노 문 등을 통해 출입이 가능합니다. 특히 산자코모 문은 대리석으로 장식된 아치 구조로, 시타 바사(하부 도시)에서 시타 알타로 진입하는 대표적인 입구이자 사진 명소로 유명합니다. 성벽을 따라 걷는 산책로에서는 도시 전경과 롬바르디아 평야, 멀리 알프스 산맥까지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여행객과 시민들이 이곳을 아침 조깅 코스나 일몰 산책 코스로 즐기고 있습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베르가모의 풍경은 붉은 기와지붕과 녹음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계절마다 다른 색을 입은 나무들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미가 더해집니다. 또한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벤치와 정원, 곳곳의 전시 안내판은 단순한 방어 유산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베르가모의 시타알타성벽은 도시를 지키는 구조물이자, 현재까지도 시민들의 삶을 감싸주는 공간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기억됩니다.
결론
베르가모는 북이탈리아에서 흔히 간과되기 쉬운 도시이지만, 실상은 고요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보석 같은 여행지입니다. 콜레오니예배당의 예술적 정수, 베키아광장에서의 생동감 있는 일상, 시타알타성벽에서의 역사와 전망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이 조용한 중세 도시는 화려한 볼거리보다,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고 감상하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목적지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