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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여행 (캄포광장, 시에나대성당, 망자병원미술관)

by Jung_Y.B 2025. 12. 13.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에 위치한 시에나는 중세의 시간이 고스란히 멈춰 있는 듯한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르네상스 이전의 중세 도시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과도 같습니다. 특히 캄포광장, 시에나대성당, 망자병원미술관은 시에나의 역사와 예술,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핵심 명소로, 고요하고도 깊이 있는 여행을 선사합니다.

시에나 캄포광장

캄포광장 관련 사진
캄포광장 관련 사진

시에나의 심장이라 불리는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광장 중 하나로 손꼽히며,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이 광장은 과거 시에나 공화국의 정치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시민들의 일상과 축제가 어우러지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매년 7월과 8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팔리오 경마(Palio di Siena)가 이곳에서 열리며, 시에나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기수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열띤 경주를 펼칩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큰 행사입니다. 광장 중심에는 맹자의 분수(Fonte Gaia)가 자리하고 있으며, 정교한 조각과 함께 시에나 시민들의 과거 물 사용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대부분 중세 시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붉은 벽돌과 고풍스러운 창문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시청사인 팔라초 파블리코(Palazzo Pubblico)는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물로, 내부에는 시에나의 정치사와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시립 박물관이 있습니다. 시청사에 딸린 망탑 토레 델 만자(Torre del Mangia)는 시에나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4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토스카나 언덕과 붉은 지붕들의 조화는 절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캄포광장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 역사와 삶이 한데 어우러진 시에나의 상징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에나대성당

시에나대성당(Duomo di Siena)은 이탈리아 고딕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 걸작으로, 도시의 종교적 중심이자 예술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성당 외관은 흑백 줄무늬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이는 시에나의 상징 색이자 성스러움과 순결을 상징하는 디자인입니다. 웅장한 파사드는 수많은 조각과 조형물로 가득하며,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룹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정교한 모자이크 바닥과 하늘을 찌를 듯한 아치형 천장이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특히 피사노의 부조와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등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이 성당 곳곳에 남아 있어, 그 자체로 미술관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대성당의 자랑 중 하나는 피콜로미니 도서관으로, 천장과 벽면에 화려하게 채색된 프레스코화는 시에나 출신 교황 피우스 2세의 생애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단순한 열람 공간이 아닌 예술적·역사적 유산으로, 르네상스 시기의 화려한 감각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대성당의 오르간 연주와 종소리는 시에나의 고요한 공기 속에 울려 퍼지며, 도시 전역에 신성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또한 대성당은 오페라 델 두오모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개최하고 있어,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시에나를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시에나대성당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이탈리아 예술과 건축, 그리고 영성을 집약한 명소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망자병원미술관

망자병원미술관(Santa Maria della Scala)은 시에나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장소 중 하나로, 과거 중세 시대의 병원을 현대에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복합 미술관입니다. 원래 이 건물은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이자 고아원, 병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던 공간이었으며, 시에나대성당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도시 종교·사회적 중심의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는 내부가 완전히 리모델링되어 고대 벽화, 프레스코화, 고고학적 유물, 중세 의료 도구와 문서 등 다양한 역사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중세 도시의 생활상과 복지 시스템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 전시관은 석조 통로와 자연 채광이 어우러져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미술관 내에는 시에나 출신 화가들의 종교화, 14세기와 15세기 프레스코화, 다양한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적 깊이도 뛰어납니다. 이곳의 전시 기획은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서 도시의 역사와 사회 구조, 종교 문화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교육적인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또한 공연장과 카페, 어린이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망자병원미술관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품고 있으면서도 생명과 나눔의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시에나의 인문적 깊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미술관은, 대성당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여행자에게 감동을 전합니다.

시에나 여행의 마무리

시에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도시를 넘어, 중세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독특한 세계입니다. 캄포광장의 활기, 시에나대성당의 예술적 경이로움, 망자병원미술관의 인문적 깊이는 각기 다른 감동을 선사하며, 이 도시가 단지 과거에 머무는 곳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토스카나의 햇살 아래 펼쳐지는 시에나의 골목과 붉은 지붕들, 그리고 도시 곳곳에 남겨진 인간의 숨결은 여행자에게 조용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시에나를 걷는 것은 한 편의 고전 소설을 읽는 것처럼, 천천히 곱씹으며 깊이 빠져드는 경험입니다. 유럽의 도시들 사이에서도 고유한 색을 지닌 시에나는 예술과 역사, 인간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고 싶은 여운 가득한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