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주도인 오비에도(Oviedo)는 중세의 고요함과 현대적인 생동감을 동시에 간직한 도시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요한 거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한 역사도시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하고 진중한 매력을 지닌 이 도시는 스페인의 전통과 북부 특유의 여유가 어우러져 있어, 느릿한 걸음으로 도시를 산책하기에 최적입니다. 특히 고대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유산인 폰카 다고,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산미겔길, 그리고 지역 주민의 삶이 살아 숨 쉬는 시장광장은 오비에도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핵심 명소입니다.
오비에도 폰칼다궁
폰칼다궁(Palacio de la Foncalada)은 9세기 중반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알폰소 3세 시기에 세워진 석조 건축물로, 유럽 전역에서도 보기 드문 고대 수도 설비 유적으로 평가받습니다. 단순한 돌문 형태처럼 보이지만, 이는 당시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던 중요한 장소였으며, 기독교적 상징을 갖춘 보호의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구조는 단출하지만, 정면의 십자가 부조와 라틴어 비문은 이 유적의 종교적·문화적 가치를 증명합니다. 폰칼다궁은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는 종교 건축물이 아님에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된 드문 사례로서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도심 중앙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현대식 건물과 고대 유산이 나란히 존재하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아침 시간대에 방문하면 혼잡하지 않아 고요하게 유적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야간 조명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도 아름다워 사진 명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폰칼다궁은 크기가 크진 않지만, 오비에도의 정체성과 깊은 역사성을 응축한 장소로, 도시의 과거를 몸소 마주하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이곳을 기점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기타 중세 유산들과도 자연스럽게 동선이 연결되어 있어,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일정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지점입니다.
산미겔길
산미겔길(Calle San Miguel)은 오비에도 중심부에서 가장 활기차고 감성적인 골목길 중 하나로, 예술적 감수성과 현대적 감각이 함께 살아 있는 거리입니다. 길이는 짧지만 밀도 높은 문화와 색채가 응집되어 있어, 여행자들이 꼭 걷고 지나가야 할 산책 루트로 손꼽힙니다. 산미겔길은 수공예 가게, 독립 서점, 미술 갤러리, 아틀리에 카페 등이 이어져 있는 공간으로, 유럽 소도시 특유의 개성 강한 상점들이 모여 있어 쇼윈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줍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라피티와 예술 작품들은 거리 전체를 하나의 야외 전시관으로 만들고 있으며, 종종 열리는 플리마켓과 거리 공연은 오비에도 시민들과 여행자 사이에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냅니다. 길 한쪽에는 산미겔 교회(Iglesia de San Miguel)가 자리하고 있어, 바쁜 거리 속에서도 조용히 앉아 쉴 수 있는 성소와 같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나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며, 지역 예술대학과도 인접해 있어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창작 에너지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 길은 낮에는 예술과 쇼핑, 밤에는 바와 타파스 가게들이 활기를 띠며 전혀 다른 매력을 뿜어냅니다. 특히 이 지역 특산 사이다를 전문으로 하는 시드레리아도 많아, 현지 음식을 즐기며 밤의 오비에도를 만끽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입니다. 산미겔길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오비에도의 문화적 심장부로, 일상 속에 녹아든 예술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시장광장

시장광장(Plaza del Fontán)은 오비에도의 전통적인 삶의 터전이자, 여행자들이 도시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 광장은 이름 그대로 ‘분수(Fontán)’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랜 세월 동안 농산물과 수공예품, 지역 식료품이 거래되던 장터로 기능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곳은 아침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을 통해 오비에도 시민의 삶과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고풍스러운 아케이드를 이루고 있으며, 파스텔톤의 외벽과 목재 창문, 그리고 철제 발코니가 유럽 전통 건축미를 한껏 살려줍니다. 광장 한복판에서는 신선한 과일, 치즈, 생선, 꽃 등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서 있고,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여행자에게 깊은 정서적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아스투리아스 전통 치즈인 카브랄레스(Cabrales)나, 오비에도 지역 꿀, 육가공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기념품이나 현지 식재료를 찾는 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시장광장 주변에는 전통 음식점을 비롯해 작은 와인 바, 빵집, 커피숍 등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 자연스럽게 현지인의 일상을 따라 걷게 되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토요일 아침의 활기는 매우 인상적이며, 그날의 특별 메뉴나 수공예품을 선보이는 플리마켓도 열려 쇼핑과 관람의 재미를 더합니다. 오비에도의 시장광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이 응축된 공간으로, 여행의 마지막을 풍요롭게 마무리해 주는 생기 넘치는 장소입니다.
결론
오비에도는 유럽 대도시와는 다른, 작지만 진한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폰칼다궁에서의 깊은 역사적 울림, 산미겔길에서의 창조적 에너지, 시장광장에서의 따뜻한 삶의 풍경은 오비에도를 단지 보고 스치는 곳이 아닌, 진심으로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줍니다. 북스페인의 정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오비에도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