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Kaunas)는 빌뉴스보다 덜 알려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진정성 있는 유럽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목적지입니다. 역사적으로 독립기념 수도였던 이 도시는 중세와 아르누보, 소비에트 시대의 흔적이 혼재되어 있으며, 독특한 예술적 감각과 활기찬 거리 문화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시청광장’, ‘악기박물관’, ‘벽화골목길’은 카우나스의 과거와 현재,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핵심 장소로, 도시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카우나스 구시청광장
카우나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구시청광장(Rotušės aikštė)은 도시의 역사와 만남의 중심지로, 오랜 세월 동안 시민들의 일상과 축제, 정치적 사건이 교차했던 공간입니다. 광장 중심에는 흰색의 우아한 건축물이 인상적인 구시청(Rotušė)이 자리하며, 사람들은 이 건물을 ‘하얀 백조’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합니다. 16세기 고딕 양식으로 시작해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이 건물은 현재 시립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카우나스의 도시사와 예술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광장 주변으로는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교회와 석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수공예 상점들이 관광객과 지역민을 맞이합니다. 특히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말마다 지역 시장이나 야외 음악 공연이 열려 광장 전체가 문화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웨딩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여,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랑신부가 전통식 마차나 클래식카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건물들이 부드러운 조명에 물들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며, 광장은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합니다. 구시청광장은 단순한 역사적 장소를 넘어, 카우나스라는 도시가 가진 정체성과 분위기를 농축한 공간으로,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악기박물관
카우나스에는 여행자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하는 독특한 공간이 있으니, 바로 리투아니아 악기박물관(Museum of Lithuanian Folk Instruments)입니다. 이 박물관은 리투아니아의 전통 민속 음악 문화를 중심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와 연주 문화를 전시하는 전문 공간입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그 깊이와 전시는 매우 알차고 체험적이며, 단순히 보는 박물관을 넘어 듣고 만지고 느끼는 박물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리투아니아 고유의 목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각 악기의 기원과 제작 방식, 연주 기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멀티미디어 자료가 제공됩니다. 특히 ‘카르피네’라는 민속 하프나 ‘스케르네스’ 같은 희귀 악기를 실제로 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일정 시간마다 전통 연주 시연이 열려, 리투아니아의 자연과 일상, 신앙을 담은 선율을 현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직원들은 친절하고 전문적인 설명을 곁들여 관람객이 악기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일부 전시 구역에서는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는 워크숍도 운영되어 여행의 흥미를 더해줍니다. 카우나스의 음악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잘 보여주는 이 박물관은, 여행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뜻밖의 보물 같은 공간이며, 조용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선호하는 여행자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벽화골목길

카우나스는 고풍스러운 건물뿐 아니라 역동적인 스트리트 아트 문화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특히 시내 중심을 벗어난 젊은 예술가 지구에서는 화려하고 실험적인 벽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벽화골목길(Graffitis of Kaunas)’은 카우나스의 예술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상징적 거리입니다. 이 골목은 과거 소외된 회색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도시 전체가 추진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예술가들과 국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벽면 가득 채워진 활기찬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벽화 주제는 다양합니다. 민속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풍자화, 음악과 자연을 주제로 한 추상화까지 각기 다른 감성과 색채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카우나스 출신 유명 인물이나 역사적 장면을 묘사한 벽화는 이 도시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역할을 하며, 사진가나 예술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골목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벽화 하나하나가 메시지를 담고 있어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재미가 크고, 곳곳에 설치된 QR코드를 통해 작품 설명을 듣거나 아티스트의 의도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는 독립 카페, 아트숍, 비건 레스토랑 등이 함께 들어서 있어 골목 하나가 하나의 예술촌처럼 기능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이면 벽화 축제나 거리 공연이 이곳을 중심으로 열려 도시의 에너지를 더욱 높여줍니다. 벽화골목길은 전통과 현대, 고요함과 생동감이 만나는 공간으로, 카우나스의 과거와 미래가 대화하는 시각 예술의 캔버스이자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해주는 인상적인 장소입니다.
결론
카우나스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간직한 도시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일상 속에 녹아든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구시청광장에서 시작되는 역사적 여정, 악기박물관에서 만나는 소리의 감성, 벽화골목길에서 체감하는 젊은 창의성은 서로 다른 감각을 자극하며 하나의 완성된 여행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깊게 마음을 두드리는 데 있습니다. 카우나스는 리투아니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여행지로, 기억에 오래 남을 특별한 시간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