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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투 여행 (대학언덕, 키스조각공원, 성모성당)

by Jung_Y.B 2026. 1. 18.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Tartu)는 수도 탈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학문과 예술의 도시입니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젊은 감성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에스토니아 최고(最古)의 대학이 위치한 교육 중심지이자, 유럽의 숨은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타르투는 크지 않은 도시 규모 속에 깊은 역사와 세련된 문화가 응축돼 있어, 느긋하게 걷는 여행자에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합니다. 그중에서도 ‘대학언덕’, ‘키스조각공원’, ‘성모성당’은 타르투의 정체성과 감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핵심 장소로, 고요하지만 인상적인 시간을 선사합니다.

타르투 대학언덕

대학언덕 관련 사진
대학언덕 관련 사진

타르투대학교(Tartu Ülikool)는 1632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2세 아돌프에 의해 설립된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타르투라는 도시를 교육과 학문의 중심지로 만든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이 대학교의 캠퍼스는 ‘대학언덕(Toomemägi)’이라 불리는 구릉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도시의 상징적 공간이자 가장 평화로운 산책 코스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유서 깊은 건물과 기념 조각,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언덕 정상에는 클래식한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대학 본관이 위엄 있게 서 있고, 바로 옆에는 에스토니아 독립운동에 기여한 지식인들의 동상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걷는 내내 타르투의 지적 유산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캠퍼스 중앙의 의학 박물관(Medikum)은 과거 해부실과 강의실을 그대로 복원해 전시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타르투만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언덕길 양옆으로는 나무가 늘어선 고즈넉한 산책로가 이어지며,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과 함께 노년의 교수들이 조용히 독서를 즐기는 풍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언덕은 특히 가을이 되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며, 타르투가 단순한 학생 도시를 넘어 문화와 지성이 흐르는 도시임을 깊이 느끼게 합니다.

키스조각공원

도심 중앙의 라운디 광장(Raekoja plats)을 지나면, 타르투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남의 장소인 ‘키스조각공원(Kissing Students Fountain)’을 만나게 됩니다. 이 조각상은 우산 아래에서 입을 맞추는 두 학생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으로, 타르투의 젊은 감성과 낭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술작품입니다. 1948년 조각가 마이데 마디슨에 의해 제작된 이 작품은 단순한 동상이 아닌, 타르투 대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만남과 시작’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졸업식이나 연인들의 기념 촬영 장소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공원 중앙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솟구치고, 계절마다 다른 꽃 장식과 조명이 더해지며 이곳은 늘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 동상이 사랑받는 이유는, 이 도시에 머무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한 애정과 존중을 표현하는 ‘관계의 도시’로서 타르투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꼭 인증숏을 남기고 싶은 포토 스폿이자, 잠시 앉아 도시의 흐름을 관찰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조각상 뒤편으로는 예쁜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도시의 맥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는 부드러운 조명이 동상을 감싸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극대화되고, 여름이면 거리 공연이나 야외 영화 상영 같은 문화 행사도 자주 열려 타르투 시민들의 문화적 일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키스조각공원은 도시가 품은 정서와 사랑의 감정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는 상징이며, 타르투의 젊은 에너지와 따뜻한 인간관계를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장소입니다.

성모성당

대학언덕 한쪽 끝자락에 자리한 타르투 성모성당(Toomkirik)은 지금은 유적으로 남아 있는 고딕 양식의 붉은 벽돌 대성당으로, 도시의 종교적·역사적 중심지를 대표하는 공간입니다. 13세기 초에 건립되기 시작해 수백 년에 걸쳐 확장과 개축을 거친 이 성당은, 에스토니아 기독교 전파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장소이자 북유럽 고딕 건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구조물입니다. 현재는 대부분 폐허로 남아 있지만, 이러한 미완의 형태가 오히려 신비로움을 더하며 많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천장을 잃은 내부 공간은 하늘과 바로 맞닿아 있어, 햇살이 붉은 벽돌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장면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당 내부는 현재 타르투대학교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어, 중세 시기 교육과 종교, 도시의 발전 과정을 다룬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높은 탑에 올라가면 타르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특히 해질 무렵 이곳에서 보는 도시 풍경은 타르투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성모성당은 단지 종교 유적을 넘어, 시간이 멈춘 듯한 건축 공간을 통해 인간의 신앙, 문화, 교육이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를 체감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또한 성당 주변의 녹지 공간은 조용한 피크닉 장소나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높으며,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명상과 내면의 여유를 찾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곳은 타르투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자, 인간 정신의 흔적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 공간으로, 깊은 울림을 남기는 여행지입니다.

결론

타르투는 북유럽의 조용한 대학 도시이자, 예술과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장소입니다. 대학언덕의 지적 풍경, 키스조각공원의 따뜻한 감성, 성모성당의 고요한 영혼은 여행자에게 지식과 정서, 사색의 시간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도시는, 느리게 여행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상적인 목적지가 되어줍니다.